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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채식주의자 - 한강


채식주의자 표지
< 채식주의자 표지 >



저자 한강
발매 2007.10.30
별점 ★★★


한 줄 리뷰

 폭력이 싫어서 인간이기를 거부하는 영혜는 아무도 다치게 하지 않는 나무가 되려 한다. 책을 읽고 '영혜처럼 이해하기 힘든 사람을 대할 때 나는 어떻게 할까?' 라는 질문을 하게 되었다.


리뷰

 간단한 책 소개부터 하겠습니다. 채식주의자는 2016년 5월 17일(현지시각 16일) 한강에게 맨부커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을 안겨준 작품입니다. 맨부커상은 노벨문학상과 프랑스 공쿠르 문학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불리기에 작가로서 엄청난 영예를 가지게 되는 상입니다.


1. 채식주의자 속의 화자들

 이야기를 진행하는 화자는 영혜의 남편(1부. 채식주의자), 형부(2부. 몽고반점), 언니(3부. 나무 불꽃)입니다. 남편과 형부는 독자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는 사람이며, 영혜의 언니인 인혜 만이 영혜를 위해 끝까지 노력합니다. 그러나 언니마저 영혜를 지켜주는 데 실패하게 됩니다.

 1부 채식주의자의 화자로 등장하는 영혜의 남편은 다른 인물들에 비해 특히나 미움이 갑니다. 일단 그가 변해가는 아내의 모습을 보며 이해하고자 노력 한 번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괴이하게 변한 아내의 모습과 정신을 보면서 '그저 밥을 차려주고 집을 청소해주는 남'으로 바라보고자 합니다.

 그가 영혜와 결혼하게 된 이유는 세상에서 가장 평범한 여자인 것 같아서입니다. 흔히 생각하는 연인이나 부부는 남자가 여자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으로 표현하거나 바라보게 됩니다.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말이라도 해주는게 일반적 입니다. 저는 이러한 방식이 서로를 배우자로서 백년해로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존중이라고 생각하지만 영혜의 남편은 작중 어떠한 애정표현도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영혜 때문에 자신이 피해만 입었다고 생각하는 인물입니다.

 2부 몽고반점의 화자로 등장하는 영혜의 형부는 영상 예술을 만드는 사람으로 자신의 작품을 위해 스스로 신뢰를 깨트려 버린 인물입니다. 처음엔 영혜에게 어떠한 감정도 가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아내이자 영혜의 언니인 인혜가 영혜에게 몽고 반점이 남아 있다는 얘기를 듣고서 그녀에게 자신의 욕망을 투영하게 됩니다.

 처음엔 그도 사회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관계 때문에 고통스러워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작품엔 반드시 영혜가 있어야 한다는 강박감이 생겨버립니다. 그리고 그의 영상 속에는 자신도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는 욕망이 서려 있습니다. 그는 영혜에게 정신적인 고통이 있다는 것은 안중에도 없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파렴치한 욕망을 영혜가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해서만 걱정을 합니다. 결국, 그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게 되어 스스로 가정을 붕괴하고 자신의 삶을 구렁텅이로 빠트리게 됩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그가 영혜의 몸에 그려준 꽃으로 더는 꿈을 꾸지 않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아마 나무가 되고자 바라는 마음은 이때의 편안함을 계기로 시작된 게 아닐까 싶습니다. 꽃이 사람에게 전해주는 인상은 아름답거나 향기가 나거나 나비와 벌에게 먹을 것을 나눠주는 긍정적인 이미지가 많습니다. 자신의 몸에 그려진 꽃을 보며 스스로가 누구도 해치지 않는 꽃이 되어 모든 폭력으로부터 해방되었다는 느낌을 받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3부 나무 불꽃의 화자는 영혜의 언니인 인혜입니다. 2부 몽고 반점에서 자신의 여동생과 남편이 가진 금단의 관계를 영상으로 확인하였던 인혜는 가정이 붕괴함과 동시에 자신의 삶 또한 무너져 내렸습니다. 더군다나 그 사건 이후로 부모님까지 짐승만도 못한 사위가 생각난다면서 자식들과 연락을 끊게 되었습니다. 인혜가 8년 동안 일구어낸 가정뿐만 아니라 부모님과의 관계도 붕괴된 것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끝까지 영혜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마음 한 켠으로는 여동생이 상기시키는 모든 것들이 자신을 무너지게 만드는 것을 알기에 미워하는 감정도 가지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많은 상처를 입고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어 하는 인물이 인혜라고 생각됩니다. 영혜는 자신 때문에 인혜가 힘들어 하는 것에 상관치 않고 나무가 되는 것에만 몰두합니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인혜의 마음은 살리고자 노력하는 자신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려주지 못하는 여동생에게 섭섭한 마음이 드는게 당연하게 보입니다.



2. 꿈을 꾸기 시작한 이유와 나무가 되고자 하는 이유

 영혜의 어둡고 무거운 죄책감은 어릴 적 겪었던 가정 폭력으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됩니다. 언니는 아버지에게서 지친 어머니 대신에 술국을 끓여주는 존재였기에 영혜와 남동생보다 조심스럽게 대했습니다. 남동생은 아버지에게서 받은 폭력을 타인에게 똑같이 행하였습니다. 인혜의 생각대로 남동생은 이러한 방식으로 아버지가 만든 응어리를 해소하였을 거라고 보입니다. 그러나 영혜는 아버지의 폭력을 자신의 몸 안에 그대로 쌓아 두었습니다. 영혜가 아버지의 폭력을 두려워하는 명확한 장면은 인혜와 함께 산에서 길을 잃었을 때 볼 수 있습니다. 당시 아홉 살이던 어린아이가 산에서 길을 잃어서 무서워할 법도 한데 언니에게 집으로 돌아가지 말자고 합니다.

 같은 해 여름, 아홉 살의 영혜에게 또 다른 사건이 발생하게 됩니다. 영혜의 가족이 키우던 개가 영혜의 다리를 물어버려 아버지가 오토바이에 묶어 동네를 몇 바퀴나 질질 끌고 다니면서 목숨을 앗아 갔습니다. 그날 저녁 어머니는 죽어버린 개를 삶아서 동네 몇몇 아저씨를 불러 자그마한 잔치가 벌어졌고 영혜는 밥까지 맛있게 말아 먹었습니다.

 저는 단순히 개를 잡아먹었다는 기억만으로 영혜의 삶이 송두리째 바뀌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아버지의 가정 폭력이 먼저 영혜에게 악영향을 미쳤을 거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이후 자신이 극도로 싫어하던 폭력이 개에게 행해지자 방관하고 나를 물었다며 분노하던 영혜 스스로의 모습이 어른이 되고 난 후 죄책감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고 보였습니다.

 또한 영혜의 증상이 전보다 심각해지는 사건이 모두 폭력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온 가족이 모여 식사하던 날, 영혜의 아버지가 고기를 먹지 않으려 하는 완강한 영혜의 뺨을 때리고 억지로 탕수육을 짓이겨 넣습니다. 그러자 영혜는 과도로 자신의 손목을 긋게 되고 병원에 입원하게 됩니다. 나무 불꽃에서는 영혜가 정신 병원에 입원하여 있습니다. 처음엔 그녀 자신도 병원이 편하다며 있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증상은 더욱 악화하여 인간의 몸을 거부하고 나무가 되고자 합니다. 증상이 악화된 이유는 병원에서 영혜를 환자로서만 대하고 말을 안 들으면 약물을 투여하고 억지로 음식을 먹이려고 하였기 때문이라고 보입니다.



3. 채식주의자가 나에게 전달한 메시지

 한강 작가가 맨부커상 수상 소감에서 "제가 채식주의자를 쓸 때 인간이 인간으로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질문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필사적으로 인간이 되기를 거부하는 여성을 묘사하고 싶었습니다." 라고 하였습니다. 두 질문도 분명 심오하면서 철학적이지만, 저는 채식주의자를 통해 다른 것이 느껴졌습니다.

 '영혜처럼 이해하기 힘든 사람을 대할 때 나는 어떻게 할까?'

 영혜라는 인물은 일반적으로 사회에서 만나기 힘든 존재입니다. 우리 사회는 영혜 같은 인물을 격리시키고 문제가 있는 존재라고 심어주기 때문입니다. 정신적 문제를 가진 아이들이 특수학교에 가지 않고 일반 학교에 진학하였을 때 대다수의 아이들은 정신적 문제가 있는 아이에게 다가서기 힘들어하거나 심지어 괴롭히기까지 합니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우리'라는 존재와 다른 존재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교육받지 않습니다. 교육자인 선생님조차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수 있다는게 현실입니다. 아무리 정신적 문제가 있는 아이라고 하여도 여느 다른 아이들과 다르지 않게 어떠한 색깔도 묻지 않은 흰색 도화지와 같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가 속해있는 가정이라는 세상, 학교라는 세상, 친구들과의 세상 등에서 여러 가지 색깔을 칠하게 됩니다. 누군가 아이에게 아무리 밝고 긍정적인 색깔을 칠하려고 노력하여도 폭력이나 괴롭히므로 묻는 어두운 색깔은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아이에게 쉽게 어두운 색깔이 묻을 수 있는 환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영혜의 어머니는 분명 영혜를 사랑하는 존재입니다. 하지만 고기를 먹지 않는 영혜에게 흑염소를 한약으로 속여 먹이려는 모습이 저에게 잔인하게 다가옵니다. 그리고 이야기를 전개하는 세 명의 화자와 정신과 의사도 영혜를 지켜주지 못하였습니다. 그나마 영혜의 몸에 그려진 꽃과 잎사귀가 편안함을 주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어쩌면 영혜를 위하던 사람들이 영혜를 몰아붙임으로써 더욱 도망가게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처음 그녀의 도화지는 얼룩덜룩한 어른의 색깔이었습니다. 남들보다 살짝 특이하기는 하였지만 문제 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꿈을 꾸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피처럼 검붉은 색이 덮기 시작하였습니다. 검붉은 색은 이미 어린 시절 도화지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그런 그녀가 안타까워 주변 사람들은 그녀에게 자신들이 생각하는 색깔로 덮기 위해 강요하고 권유하면서 바뀌기를 원합니다. 그녀에게는 자신을 살리고자 하는 행동 모두가 폭력으로 다가옵니다. 너무 많은 색깔을 섞으면 검은색으로 변하듯이 그녀 역시 더욱 어두워지게 됩니다. 그녀는 결국 죽음을 선택함으로써 모든 폭력으로부터 해방되기를 원하는게 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는 다른 존재를 마주하였을 때 어떻게 대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간이기를 거부하고 나무가 되고자 하는 영혜를 어쩌면 우리들의 영향으로 만들어졌을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Su-hyeon Jo

Su-hyeon Jo

댓글 2개 :

  1. 이 책을 읽은 지 오래되었는데, 님의 정리된 리뷰를 보고 다시 영혜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네 다음 리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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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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